예산 가을 고택 속 서예와 학문의 숨결 추사김정희유적 탐방기

비가 갠 뒤의 공기가 유난히 맑았던 날, 예산 신암면에 있는 추사김정희선생유적을 찾았습니다. 어린 시절 교과서에서 보았던 ‘세한도’의 주인공, 김정희 선생이 태어나고 학문을 닦았던 곳이라 기대가 컸습니다. 입구에 들어서자 넓게 펼쳐진 들판 너머로 낮은 담장과 초가, 그리고 기와지붕의 고택이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비에 젖은 흙냄새와 대나무 잎의 파란 향이 섞여 코끝을 스쳤고, 고요한 분위기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었습니다. 유적지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처럼 구성되어 있었지만,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흙길을 따라 걸으며 추사 선생의 삶과 글씨, 그리고 시대의 흐름을 조금이나마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 예산읍에서 가까운 접근 동선

 

추사김정희선생유적은 예산읍 중심에서 차로 10분 거리로, ‘신암면 용궁리’ 표지판을 따라가면 어렵지 않게 도착할 수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에 ‘추사고택’을 입력하면 정확하게 안내됩니다. 주차장은 유적 입구 앞에 넓게 마련되어 있어 버스나 승용차 모두 이용이 가능했습니다. 평일 오전에 방문했을 때는 한적했고, 마을 주민 몇 분이 주변을 정리하고 계셨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예산역에서 신암면 방면 버스를 타면 약 25분 소요되며, ‘추사고택 정류장’에서 내려 3분 정도 걸으면 도착합니다. 입구에는 소나무와 매화나무가 늘어서 있었고, 표지석에는 ‘추사 김정희 선생 유적’이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습니다. 길가의 돌담 사이로 바람이 스며들며 나직한 소리를 냈습니다. 짧은 이동이었지만 도착하자마자 시간의 흐름이 느려지는 듯했습니다.

 

 

2. 전통과 고요가 어우러진 공간

 

유적지 안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곳이 ‘추사고택’입니다. 선생이 태어나 자란 본가로, 초가와 기와집이 함께 있는 독특한 형태였습니다. 마당은 넓고 단정하게 다져져 있었으며, 우물과 장독대가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대청마루에 올라앉으니 바람이 스며들어 옷자락이 가볍게 흔들렸습니다. 안채와 사랑채의 구조가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었고, 기둥마다 세월의 결이 느껴졌습니다. 내부에는 선생의 글씨와 생애를 소개하는 전시물이 깔끔히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조명은 따뜻한 색감으로 조절되어 눈이 편안했고, 한쪽 벽면에는 ‘세한도’의 복제본이 걸려 있었습니다.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벽에 부드럽게 번지며, 마치 과거의 시간 속으로 잠시 들어간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3. 추사체가 남긴 정신의 흔적

 

전시관에서는 김정희 선생의 서예와 학문 세계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붓끝의 힘이 살아 있는 글씨와 간결한 구도 속에서 선생의 인품과 절제가 느껴졌습니다. ‘완당’이라 불렸던 그의 호처럼, 자유로움 속의 규율이 명확했습니다. 한쪽에는 제주 유배 시절의 일기와 편지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고단한 삶 속에서도 학문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또한 추사체의 발전 과정을 보여주는 설명판이 있어 서예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이해하기 쉽게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바닥에는 대리석 대신 나무 마루가 깔려 있어 걸을 때마다 부드러운 소리가 났고, 그 울림이 마치 먹 향과 어우러지는 듯했습니다. 작품 앞에 서서 잠시 눈을 감으니, 선생의 고요한 필묵 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4. 공간 곳곳의 세심한 배려

 

유적지 내부에는 관람객을 위한 여러 편의시설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입구 오른편에 있는 안내센터에서는 해설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었고, 원한다면 30분간 전문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관람할 수도 있었습니다. 중앙에는 깨끗한 화장실과 음수대가 설치되어 있었고, 매표소 옆에는 기념품 판매대가 있어 추사체 엽서나 책갈피를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대청마루 주변에는 벤치가 놓여 있어 잠시 쉬어가기 좋았고, 봄에는 매화 향이, 여름에는 풀 내음이 진하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안내문에는 관람 시간과 제례 일정이 상세히 적혀 있었으며, 장애인용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어 접근성이 좋았습니다. 관리가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있었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도 따뜻한 배려가 느껴졌습니다. 이런 세심함이 유적지를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닌 ‘살아 있는 교육의 현장’으로 만들어 주는 듯했습니다.

 

 

5. 주변과 어우러진 문화 탐방 코스

 

추사유적지를 관람한 뒤에는 인근의 ‘추사기념관’을 함께 둘러보는 것이 좋습니다. 유적지 바로 옆 언덕에 자리한 현대식 건물로, 선생의 예술과 철학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전시가 이어집니다. 이어서 차량으로 10분 이동하면 ‘예산 수덕사’가 나오는데, 고즈넉한 산사 분위기 속에서 차분히 산책하기 좋습니다. 또한 신암면 근처에는 ‘덕산온천지구’가 있어 여정의 마지막을 따뜻한 온천욕으로 마무리할 수도 있습니다. 점심 식사는 ‘예산 소박한밥상’이나 ‘추사한우정식당’처럼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식당이 인기가 많았습니다. 유적지 주변은 농촌 마을 풍경이 그대로 남아 있어 천천히 드라이브를 즐기기에도 좋았습니다. 하루 일정으로 역사와 자연, 휴식이 조화를 이루는 코스로 손색이 없었습니다.

 

 

6. 방문 전 알아두면 좋은 팁

 

유적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되며, 입장료는 무료입니다. 주말 오후에는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으므로 조용히 둘러보고 싶다면 평일 오전이 적합합니다. 실내 전시관은 신발을 벗고 입장해야 하므로 간편한 신발을 착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당은 흙길이라 비 온 다음 날에는 미끄러울 수 있어 운동화가 편합니다. 사진 촬영은 가능하지만 플래시는 금지되어 있습니다. 봄에는 매화와 살구꽃이 만개해 사진 명소로도 인기가 있으며, 가을에는 황금빛 들판과 함께 고택이 한 폭의 그림처럼 어우러집니다. 관람 후에는 입구 근처에 마련된 방명록에 이름을 남길 수 있는데, 짧은 문장이라도 마음을 담아 적어보면 여운이 오래 남습니다. 시간을 천천히 보내며 조용히 걷는 것이 이곳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습니다.

 

 

마무리

 

추사김정희선생유적은 단순히 한 예술가의 흔적이 아니라, 배움과 인내, 그리고 사유의 깊이를 전하는 공간이었습니다. 고택의 기둥과 서예 작품, 그리고 주변의 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져 그 시대의 정서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잠시 머무는 동안 마음이 정리되고, ‘비움 속의 여유’라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본 들녘의 풍경이 유난히 평화로워 보였던 건, 아마도 선생이 남긴 정신이 여전히 이곳에 살아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계절마다 다른 빛과 향으로 변하는 유적지라, 다시 찾을 때마다 새로운 감동을 줄 것 같습니다. 한적한 시골마을 속에서 시간과 정신이 함께 숨 쉬는 귀한 장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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